물도 소리에 떨립니다 — 소리로 불을 끄는 저주파와 싱잉볼 물 진동의 과학
싱잉볼 가장자리를 문지르면 손 한 번 닿지 않은 물이 튀어 오른다. 30~60Hz 저음으로 불을 끈 학생들, MIT가 들여다본 볼 속 물결 — 소리는 보이지 않을 뿐 실제의 힘이다. 그리고 말도 소리다.
물도 소리에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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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강가에서.
강물을 한 그릇 떠서 싱잉볼에 붓는다. 잔잔하던 물이, 볼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면 떨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가는 주름이 번지다가, 소리가 차오르면 수면이 일어서고, 끝내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손은 물에 한 번도 닿지 않았다.
물을 움직인 건 소리였다.
소리는 공기를 미는 힘이다
소리를 «듣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리는 공기가 앞뒤로 밀리고 당겨지는 진동이고, 진동에는 실제 힘이 있다.
낮은 소리는 공기를 빽빽하게 밀었다가 성기게 당기기를 되풀이한다. 그 흔들림이 불꽃을 흩뜨린다.
2015년,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의 공대생 두 사람이 졸업 과제로 «소리로 불을 끄는 장치»를 만들었다. 스피커와 앰프, 종이로 만든 통 하나. 처음엔 높은 소리를 써 봤지만 불은 꿈쩍하지 않았다. 불꽃을 흔든 건 30~60Hz의 낮은 소리였다. 낮은 소리일수록 공기를 크게 밀었다 당기고, 그 흔들림이 불꽃 주변의 산소와 연료를 흩어 놓았다.
이보다 앞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같은 현상을 실험했다. 불꽃 양옆에 스피커를 두고 소리를 쏘자, 빨라진 공기가 불꽃이 타오르는 얇은 층을 흐트러뜨렸다. 소리가 불을 끌 수 있다는 생각은 100년도 더 전, 19세기 물리학자 레일리의 책에도 이미 적혀 있다.
물론 아직은 작은 불에서만 가능한 실험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물질을 움직이는 실제의 힘이다.
최근 국내 뉴스에서도 30Hz 저주파로 불꽃을 끄는 장치가 소개됐다. (KNN 뉴스)
싱잉볼 안의 물이 튀어 오르는 이유
2011년, MIT의 물리학자들이 싱잉볼에 물을 담고 이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볼 가장자리를 문지르면 볼의 옆면이 아주 빠르게 떨린다. 그 떨림이 물 표면에 닿아 규칙적인 물결을 일으키는데, 이를 패러데이 물결이라고 부른다. 떨림이 커지면 물결이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며 물방울을 튕겨 낸다. 어떤 물방울은 떨리는 수면 위에서 한동안 떠 있거나 통통 튀기도 한다.
가장자리를 문지르면 볼의 옆면이 떨리고, 물 위에 규칙적인 물결이 서다가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와인잔 가장자리를 문질러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만 볼은 와인잔보다 낮게 울려서, 같은 힘으로도 훨씬 쉽게 떨린다.
낮은 소리는 귀보다 몸이 먼저 안다
공연장 앞자리에서 베이스가 울릴 때, 소리가 귀보다 가슴에 먼저 닿는 걸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낮은 소리는 공기만이 아니라 피부와 온몸까지 함께 흔든다. 물이 떨리듯, 우리 몸도 소리 속에서 조금씩 떨리고 있다.
그리고, 말도 소리다
물도 소리에 떨리는데, 마음이라고 다를까.
하루를 돌아보면 유독 오래 남는 말이 있다. 지나가듯 들은 한마디가 저녁까지 마음 한쪽을 흔들고 있기도 하다. 들은 말은 물결처럼 흘려보내도 된다. 강물이 그릇의 물을 다시 받아 주듯, 흘려보내면 된다.
그런데 내가 뱉은 말은 사정이 다르다.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귀는 언제나 내 것이다. 남에게 던진 거친 소리는 내 안에서 가장 오래 맴돈다.
오늘 나를 흔든 말은 무엇이었을까.
숨마루의 소리는 그 떨림을 잠시 가라앉히는 자리다. 강물 소리와 볼의 여운 속에서, 오늘 하루의 물결이 천천히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머물러 보길 바란다.
참고: George Mason University 뉴스(2015) · ScienceDaily, DARPA 소리 소화 연구(2012) · D. Terwagne & J. W. M. Bush, «Tibetan singing bowls», Nonlinearity 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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